201712

'강청 부설연구소' 에 첫 출근하고 보니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하네요

'tea time'을 갖자는 사장님 말씀에 '오호라, 올 것이 왔구나!' 

자기소개를 해라, 회사는 어떻게 들어왔냐, 그 전엔 무슨 일을 했냐. 등등..온갖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질문 좀 받겠구나 했는데, 왠걸요! 갑자기 영화 '판도라' 얘기를 하십니다. 눈을 반짝이시며 영화로 하나가 되고 싶어하셨던 사장님은 1분도 안돼서 외로운 늑대가 되어 홀로 울부짖으십니다

"영화 아무도 안봤소?"

순간, 문화적인 공감과 소통이 안된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끼게 되더군요. 조금 엉뚱한 상황에 그래도 다행이다 싶게 티 타임은 끝이 나고 돌아가지도 않는 눈과 머리를 떼굴떼굴 굴리며 업무파악하고 있는데, 이번엔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나신 사장님(저는 슈퍼맨인 줄 알았습니다.), 

"오늘 업무는 세시 반까지만 하시고 모두 가셔서 영화 보시고 오세요. 그리고 바로 회식자리로 오시면 됩니다."

  

'아니, 이건 또 뭔놈의 황당 시츄에이션?!'

가라시니 힘없는 신입이야(이럴 땐 힘 없는 게 최고죠) 이게 웬 떡이냐 하며 즐거이 갑니다만, 출근 첫 날 전직원이 함께 영화 관람이라니요.

그것도 업무시간을 쪼개서 말이죠. 본인께선 어제 보았으니 같이 가시지는 않겠다 극구 사양하시며 호기롭게 홀로 회사에 남으셨지요.

  

이리하여, 극장에 간 우리 직원분들 영화가 클라이맥스에 다다르자 여기저기서 눈물을 훔치십니다.

"저 다~봤어요. 부장님! 실장님! 그리고 뒤에 계신분들도 다 봤어요.”(참고로 저는 뒤통수에도 눈이 달렸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제 눈에서도 눈물이 주르르 흐르네요. 대놓고 닦기에 민망해서 그냥 흐르라 냅뒀더니, 이번엔 콧물까지 뒤범벅이 되어 버립니다. 에라 모르겠다 주섬주섬 화장지를 꺼내 닦았네요.

  

영화 '판도라'는 원전과 관련한 위험성을 알리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접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원전의 무시무시한 실체

편리하고 싸기만 하다면 안전은 뒷전으로 해도 되는가? 하는 물음에 경종을 울리는.

 

영화의 마지막 멘트는 시사하는 바가 더욱 크지요. 우리 아이들에게 잘 먹고 잘 사는 나라에서 살게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안전하고 편안한 나라에서 살게 해야 할 것인가.

잘 먹고 잘 사는 성장은 지금까지 충분히 이루어져 오고 있는 반면, 그 성장을 위해 행한 무분별한 해악들은 이제 하나, 둘 그 베일을 벗기 시작하니 자연을 거스른 결과로 나

타나는 환경의 역습으로 볼 때 과연 무엇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인지 우리는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자연과 인간은 하나입니다. 그러니 자연이 앓는 몸살은 언젠가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전달되지 않겠습니까.

2017년 올해는, 우리 함께 지구의 신음소리에 귀 기울여 봤으면 합니다. 그리고 지구의 치료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적극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

                                      강청비누 입사 3일째 박정숙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