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판매 '친환경' 세제 10개중 2~3개만 인증 획득

천연성분 함유량 미미...단 1%로만 들어가도 '천연세제' 광고

천연?합성세제, 분리 기준조차도 없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친환경 분말세탁세제 중 단 15%만이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생활용품 시장에 '웰빙' 바람이 불면서 '친환경' 세제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관련 인증을 받은 제품은 손에 꼽힐 정도. 나머지 제품 상당수가 '무늬'만 '친환경' 제품을 표방하며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시중 판매 '친환경' 세탁세제 중 15%만 '진짜'

 비즈니스앤TV 취재 결과 온라인 쇼핑몰에서 '친환경'이라고 홍보하고 있는 분말세탁세제 200여개 가운데 실제로 친환경 인증을 받은 제품은 30개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제품들 상당수가 실제로 '친환경' 인증을 받지 않고 자체 마크로 '친환경' '천연'을 내세워 '무늬'만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주부들은 돈을 조금 더 주더라도 가족들의 건강을 생각해 '친환경' 세제를 구입하고 있다. 주부 권옥자(56?서울시 동대문구)씨는 "장을 볼 때 '친환경'이라는 글자가 써 있으면 아무래도 좋겠다는 생각에 가격이 비싸더라도 사게 된다"며 "하지만 실제로 '친환경' 세제를 쓰다보면 합성세제와 별반 차이를 못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온라인 쇼핑몰에서 '친환경' 세제로 인기를 얻고 있는 G사의 세탁 세제는 겉포장지에 야자수와 사탕수수 등 천연원료가 들어가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정부 산하 기관에서 발급하고 있는 '친환경' 마크는 획득하지 못했다.

 

 ◆"내가 진짜 친환경 제품"...무색해지는 친환경 마크

 현재 친환경 제품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하 한경원)에서만 인증 받을 수 있다. 친환경 제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용 후 분말 찌꺼기가 남지 않아야 하는 등 까다로운 한경원 기준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친환경' 제품 인증은 사실상 그 역할을 해내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관련 업체들은 입을 모은다. '친환경' 인증을 획득한 한 세제업체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천연성분이 단 1%만 들어가도 제품에 '친환경'이라는 글자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소비자들은 제품 옆에 친환경 글자만 보고 믿고 구입하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우리처럼 제대로 된 절차를 밟아 인증을 획득한 회사들만 손해 보는 셈"이라고 한탄했다.

 

 ◆"천연?합성 세제 기준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현재 천연세제와 합성세제를 구분하지 않기 때문에 천연세제라는 단어를 원칙적으로 사용하면 안된다.

 식약청 관계자는 "분말세탁세제는 천연으로 분류할 만한 기준이 없다"며 "분말세탁세제의 기준은 세척제에 사용할 수 있는 성분이냐 아니냐만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구강생활건강과 노윤호 주무관도 "위생용품 표시 기준에도 세척제에 표시 기준이 따로 없기 때문에 제품에 '친환경'이나 '천연세제'라고 써도 어떻게 규제를 가할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점을 이용해 업체에서는 천연성분이 들어가거나 친환경 제품인 것처럼 교묘하게 말을 붙여 높은 가격에 팔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 이주홍 팀장은 "기준이 모호하고 너도나도 '친환경' '천연'이라는 글자를 쓰다 보니 그 피해는 아무것도 모르고 비싼 가격에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들 몫이 된다"며 "정부당국은 정확한 기준을 만들고 천연제품이 아님에도 '친환경'이라는 글씨를 쓰는 업체에 대해서는 규제를 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출처 - 비즈니스앤TV 김은미 기자 (kimeunmi@chosun.com)>